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자랑하는 무선(OTA)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는 국내에선 원칙적으로 불법이다. 국내 완성차 업체의 중고차 시장 진출은 기득권을 지키려는 중고차 매매업계 반대에 막혀 있다.
코로나19 속에서도 한국 기업들은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해 악전고투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국내에선 노동조합, 정부 규제, 기득권, 지역 이기주의, 정치권의 입법 폭주 등 기업의 기(氣)를 꺾는 5적(敵)에 신음하고 있다. “외국보다 리스크가 더 커진 국내 사업은 접고 해외로 옮기는 게 답인 것 같다”(한 자동차 부품업체 대표)는 푸념이 나올 정도다.
건설사들은 노·노(勞勞) 갈등에 치이고 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상대방 노조원 채용을 반대하며 작업을 중단하는 탓이다. 최근 한 달 새 경기 지역에서만 용인 서희건설·현대건설 현장, 수원 대우건설 현장 등 세 곳에서 노조의 작업 거부로 공사가 지연됐다.
신산업도 규제에 발목이 잡혀 있다. 지방 흡입수술로 빼낸 인체 폐지방은 ㎏당 1억~2억원에 달하는 고부가가치 신소재다. 그러나 타인의 폐지방 활용을 금지하는 폐기물관리법 때문에 상용화 길이 막혀 있다. 재생의학 전문기업 엘앤씨바이오 관계자는 “규제가 풀리지 않으면 어쩔 수 없이 해외에서 사업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지난해 신설·강화된 규제(규제개혁위원회 심사 기준)만 1515건에 이른다. 규제 급증은 현 정부 들어 100만 명을 돌파한 공무원 숫자와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변호사 광고플랫폼 ‘로톡’은 대한변호사협회의 반발에 발목이 잡혔다. 변협은 지난달 로톡에 가입한 변호사 징계에 들어갔다.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인 프리미어의 권도균 대표는 “국내 스타트업은 정치인, 공무원 등 심판의 편향성에 더 고통받고 있다”며 “심판들이 기존 이익집단에 휘둘리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신세계그룹이 경기 하남에 지으려던 최첨단 물류센터 ‘네오’도 “혐오 시설은 안 된다”는 주민 반대로 무산됐다. 신세계 관계자는 “네오는 지역 주민에게 더 빠르게 상품을 배송할 수 있지만 혐오 시설로 비쳐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거대 여당은 가뜩이나 힘이 센 노조엔 날개를 달아줬다. 해고자의 노조 가입과 활동을 허용하는 노동조합법이 대표적이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획일적인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 등은 취지와 달리 중소기업과 직원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수도권에서 유압실린더 공장을 운영하는 김모 대표는 “정치인에게 공장을 내줄 테니 직접 사업해보라고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일규/선한결/민경진/이선아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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